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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산업혁명과
디지털시대의 동반자

동우화인켐은 2016년 말부터 플렉서블 터치센서의 수요 증가에 대응해 K1 라인의 필름 터치센서 전환을 추진했다. 미국 A사가 2017년 아이폰X에 처음으로 OLED를 탑재하면서 스마트폰 패널시장이 LCD에서 OLED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A사는 10여 년 동안 디스플레이 패널로 LCD를 고수해 왔다. 그러던 것을 2017년 최초로 OLED를 탑재하기로 하면서 S디스플레이로부터 플렉서블 중소형 OLED 패널을 공급받았다. 나아가 2020년부터는 신제품에 OLED를 전면 탑재했다. 이에 그동안 S디스플레이를 통해 독점 공급받던 체계에서 벗어나 L디스플레이, 중국 B사 등으로 SCM을 확대했다.

스마트폰 출하량 전 세계 1, 2위인 S사와 A사 모두 OLED를 채용하면서 S디스플레이를 비롯해 L디스플레이, 중국 패널 업체들은 잇달아 OLED 라인 증설 및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동우화인켐은 터치센서사업의 주요 고객사들의 투자에 신속히 대응하기로 했다. 2017년 말까지 총 1,400만 셀/월 규모의 생산능력 확충이 요구됐다. 기존 동우화인켐의 필름 터치센서 생산능력은 K4 라인에서 약 300만 셀/월 정도였다. 이에 K1 라인을 개조해 생산능력을 1,000만 셀/월 수준으로 높여 고객사의 수요에 대응하기로 했다. 컬러필터 라인으로서 가동 중지 상태이던 K1 라인을 개조해 투자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었다.

K1 라인 개조는 캐리어 글라스 방식인 K4와 달리 패턴 전사 방식(Transfer Method)을 적용했다. 기존 캐리어 글라스 방식은 필름 적용에 한계가 있었고, 박리 공정에 인력이 많이 필요했다. 이에 비해 전사 방식은 글라스 기재 위에서 패턴을 구현한 후 필름을 접합, 분리하는 방식으로서 COP, PC, PET, PI 등 기재 선택의 폭이 넓었다. 또 글라스 공정 해상도가 우수해 기존 공정보다 미세 패턴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글라스 역시 캐리어 글라스 방식은 하이엔드 글라스를 사용했으나, 전사 방식에서는 일반 글라스 사용이 가능해 원가 절감 측면에서 유리했다.

동우화인켐은 2014년부터 선행 연구개발 차원에서 전사 방식의 필름 터치센서를 개발해 왔다. 희생층, 보호층 등 레이어별로 재료를 개발하는 한편 기존 라인과 재료를 최대한 활용해 공정을 간소화함으로써 공정 합리화를 이뤘다. 2017년 3월 스미토모화학의 투자 승인 후 그동안의 기술 개발 성과를 토대로 본격적인 K1 라인의 필름 터치센서 전환에 착수했다. K1은 동우화인켐이 처음으로 구축한 컬러필터 라인으로 RGB 라인이 연결돼 있는 인라인 형식이었다. 터치센서 라인으로 개조하기 위해서는 인라인 구조를 배치 구조로 바꿔야 하는 난제가 있었다. 설비들이 이미 구축돼 있는 상황에서 전체를 개조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안전사고에 유의 하며 라인 전체를 다시 구성했다. 필름 전사기를 비롯해 분판기, 건식 세정기 등 필름 전사를 위한 설비를 신규 도입하고, 포토 라인과 메탈 및 IT Depo 설비 등은 개조했다. 그 결과 2017년 10월 K1 라인의 필름 터치센서 전환을 완료하고, 전사형 필름 터치센서 양산을 개시했다.

세계 정상 기술력의 터치센서사업

  • 중국 터치센서 모듈 자회사 SEMD 전경

    중국 터치센서 모듈 자회사 SEMD 전경

우리나라가 주도하던 스마트폰 OLED 패널시장은 중국 기업들의 추격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후발 주자인 중국 디스플레이기업들이 중소형 OLED 시장에 뛰어들어 물량을 늘리면서 패널 가격은 점차 낮아졌다.

이에 따라 중저가형 스마트폰 제품에도 OLED 채용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중국의 중소형 OLED 시장점유율은 2019년 10%를 돌파해 2020년에는 13.9%까지 영향력을 높였다. B사는 2017년 쓰촨성 청두에 B7을 세워 6세대 플렉서블 OLED사업에 뛰어들었다. 곧바로 몐양에도 6세대 플렉서블 OELD 공장인 B11을 만들었다. 2019년 가동한 B11은 A사 전용 라인으로 구축했다. 최신 설비로 A사 주문을 수주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그리고 2020년 말 마침내 A사로부터 최종 OLED 공급 승인을 받았다. B사의 진입으로 A사 수주는 S디스플레이, L디스플레이, 중국 B사의 3파전이 됐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B사는 2021년 초 국내 S사에도 OLED 공급을 확정했다. S사의 저가 스마트폰 M 시리즈의 일부 모델에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시작으로 공급 대상과 물량 확대가 예상돼 중국의 추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디스플레이기업들의 중소형 OLED 약진에 동우화인켐은 귀추를 주목했다. 센서공정은 현지 진출이 어렵더라도 모듈공정은 현지화해 고객 밀착 대응을 높일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S디스플레이 베트남 공장의 경우 협력업체인 에스맥을 통해 현지에서 터치 센서 모듈을 공급하고 있었다. 하나의 고객사만 대응하는 베트남에 비해 중국에서는 BOE, CSOT, 티엔마 등 다양한 고객사들이 한창 성장 추세를 보였다. 특히 중국 최대 고객사인 B사는 동우화인켐에 직접 투자를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동우화인켐은 터치센서 모듈사업 진출과 중국 현지화를 결정했다. 그리하여 B사의 B7이 위치한 청두에 연산 50만 셀 규모의 터치센서 모듈공장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지 진출 검토 결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새로 공장을 짓기보다 임차형식을 취해 초기 투자비를 절감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설비 역시 자동화율을 높여 인력 채용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중국의 서부대개발 전략에 힘입어 인허가 과정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이에 2018년 3월 먼저 공장 건설에 착수해 같은 해 5월 중국 터치센서 모듈 자회사인 자회사인 SEMD(Sumika Electronic Materials (Chengdu) Co.,LTD.)를 설립했다. 이후 12월까지 제조설비를 반입, 설치해 2019년 3월 터치센서 모듈공장을 준공했다. 이로써 동우화인켐은 케미컬, 광학소재사업에 이어 터치센서사업까지 중국 현지에 진출하는 이정표를 마련했다. 특히 그동안 소재나 부품과 같은 재료사업과 성격이 다른 모듈사업 진출이라는 의미도 있어 그 의미가 남달랐다.

동우화인켐은 획기적인 터치센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사에 지속적으로 제품을 공급해 터치센서사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글라스 터치센서를 시작으로 필름 터치센서로 제품을 고도화해 고객사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실현에 톡톡히 한몫을 했다. 곡면 디스플레이를 처음 선보였던 갤럭시 S6 에지 모델부터 S7 에지, S8+ 등 국내에서 생산된 프리미엄 에지 스마트폰 모두에 동우화인켐 필름 터치센서 제품을 적용시켰다. 특히 2017년 갤럭시 노트8의 성공에 크게 일조했다.

갤럭시 노트8은 S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제품이었다. 전작인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소손 사태로 위기를 맞은 노트 시리즈의 부활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고객사 역시 베젤이 거의 없는 역대 최대의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적용으로 갤럭시 노트 성공 계보를 이어가고자 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동우화인켐의 기술력이 빛을 발했다. 기존 스마트폰은 필름 터치센서에 설계된 배선 간격이 넓어 배선을 가리기 위한 상하좌우 베젤이 두꺼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갤럭시 노트8에 6.3형의 대화면을 적용하면서도 스마트폰의 크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베젤의 폭을 줄여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좌우 베젤은 터치센서에 들어가는 배선의 폭을 줄여야 했으며, 상하 베젤은 FPCB와 터치센서를 전기적으로 연결해 주는 본딩 부분의 크기를 줄여줘야 했다. 동우화인켐은 초정밀 기술을 적용해 필름 터치센서에 설계된 배선 간격을 전작보다 약 30%가량 줄이는 데 성공했다. 배선 간격이 줄어든 만큼 베젤 폭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필름 위에 패턴을 형성시키는 가장 중요한 공정인 노광공정에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일반적인 필름 터치센서의 경우 필름 위에 직접 패턴을 형성하기 때문에 필름의 수축률 변화가 그대로 반영돼 고정세의 패턴을 형성하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이에 비해 동우화인켐은 글라스 위에 필름을 부착하는 캐리어 글라스 공법으로 좀 더 정밀한 패턴을 형성했다. 이처럼 차별화된 노광공정을 통해 동우화인켐은 타사 제품 대비 정밀도가 높고 노이즈에 강해 에지 영역에서도 정확한 터치가 가능한 필름 터치센서를 생산, 공급할 수 있었다.

2017년 양산을 개시한 전사형 필름 터치센서의 주요 고객사는 중국 B사였다. B사는 화웨이를 중심으로 스마트폰용 OLED 사업을 전개했다. 같은 중국 기업인 화웨이가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B사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에 힘입어 동우화인켐은 터치센서사업에서 2020년 4월 매출액 1,034억 원을 기록했다. 최초의 월 매출 1,000억 원 돌파였다. 또 국내 S사가 중저가형 스마트폰을 꾸준히 출시함에 따라 이에 적용되는 글라스 터치센서도 꾸준하게 성장했다. 2017년 120만 1,281sht를 기록한 생산량은 2018년 137만 9,828sht, 2019년 152만 389sht로 증가했다. 그러나 2020년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받으면서 B사로의 필름 터치센서 공급은 벽에 부딪혔다. 당초 중국 디스플레이업계의 수요를 2018년 말까지 1,500만 셀로 전망했으나, 실제는 400만 셀에 그치면서 동우화인켐 필름 터치센서 라인 가동률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치고 말았다.

게다가 디스플레이기업들의 터치센서 내작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국내 고객사는 2016년 터치일체형 OLED를 와이옥타(YOUM-On Cell Touch AMOLED: Y-OCTA)라는 이름으로 상용화했다. 그동안에는 ITO가 패터닝된 필름 터치센서를 동우화인켐 등으로부터 공급받아 커버유리에 부착해 왔으나, 와이옥타 공정에서는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가 터치 전극을 직접 박막인캡(Thin Film Encapsulation: TFE) 위에 올릴 수 있었다. TSP를 따로 쓸 필요가 없게 된 것이었다. 이를 통해 더욱 얇고 가벼운 OLED를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가 절감도 가능해 고객사는 플렉서블 OLED에 와이옥타 적용을 전면적으로 추진했다. 동우화인켐은 국내 다른 패널기업에 공급을 개시해 필름 터치센서사업의 위기를 타개하고자 했다. 고객사는 2017년 플렉서블 OLED 양산에 성공해 2018년 애플 공급을 개시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역시 와이옥타와 비슷한 개념의 TOE 기술을 개발했다. 게다가 중국 B사 마저 FMLOC 기술 개발로 터치센서 공정을 내재화하기 시작했다.

터치센서사업은 기존의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시장 선두주자의 위치를 선점하며 짧은 시간에 동우화인켐의 핵심사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10여 년 만에 디스플레이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했다. 평택의 필름 터치센서 라인은 수요 감소 영향으로 가동을 중지했으며, 중국 터치센서 모듈 자회사인 SEMD도 2021년 철수했다. 동우화인켐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센서사업의 기술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과 신사업 발굴에 집중했다. 제3세계를 중심으로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 수요는 여전했기 때문에 글라스 터치센서를 중심으로 사업을 지속해 나가면서 다시 신성장동력 마련에 속도를 냈다.